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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부부모임을 안나가는 이유

by 디스이즈제로 2024. 6. 19.

 

전 제 와이프를 2년간 쫓아다녀서 겨우겨우 구애에 성공! 그 뒤 2년간 연애하고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저에겐 성공인 결혼이지만 과연 저희 집사람에게도 성공인 결혼생활 일까요...
작년 일 입니다
동창생들과의 부부동반 모임이 있었죠
일년에 한번쯤은 꼭 만나는 터라 와이프들끼리 말도 잘하고 어색하지도 않고 재밌게 놀다가 오는 자리입니다
그날도 저희는 모처럼 즐거운 술자리를 하고 각자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사람 역시 즐거운 듯 내내 웃고있었기에 전 그날 사건을 전혀 모르고 지내왔습니다.
그리고 올 초에 동반 모임 한번 갖자고 연락이 왔고 전 알겠다고 하고 집사람에게 말했죠.
별 말 없이 넘어갔고  날짜가 잡히고 당일이 되었는데 집사람이 몸이 안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전 친구들에게 못가겠다고 연락하려고 했는데 집사람이 당신은 그냥 다녀오라고 그러더군요 많이 아픈건 아니니 애들과 함께 집에 있겠다고요.
그래서 전 혼자 모임에 가게 되었습니다. 집사람 성격상 내가 끝까지 안가겠다고 하면 분명 아픈 몸을 이끌고 함께 가자고 했을테니까요.
모임에 나가도 집사람이 신경쓰여서 대화도 잘 안되고 그렇더군요. 생각이 딴 데 가있으니 재미도 없어서 내내 굳은 표정으로 있다가 중간에 집사람 걱정되서 안되겠다고 먼저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친구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자기 와이프가 실수했으니 미안하다고. 그때 바로 사과했어야 했는데 모른척 넘어가려고 해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전 영문을 몰라 무슨 일이냐고 되물었죠.

그리고 주저하던 친구놈 입에서 가슴아픈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작년 모임이 있던 날
화장실에서 와이프들끼리 하는 소리를 제 집사람이 들었다고 합니다. 자세히는 못들었지만 (저희 집사람의) 가방 봤냐... 저런거 요즘 중고생들도 잘 안들고 다니는거 않냐, 그래도 우리 나이쯤 되면 좋은 가방 하나쯤은 외출용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신발도 그렇고 가방도 그렇고 저렇게 다니면 신랑이 욕먹는거 아니냐 등등

저희 집사람 행색에 대해 뒷담화를 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집사람이 자리에 없어서 혹시나 해서 화장실을 보니 거기서 나오더라고, 그래서 친구와이프가 아마 자기들 얘기를 들은 것 같다고 어쩌냐고 그랬답니다. 그래서 먼저 말 꺼내기도 뭐하고 해서 모른척 넘어갔는데, 이번 모임에 안나온 걸 보고, 거기다 저까지 표정이 굳어진 채 일찍 자리를 나왔으니 친구 와이프가 미안해 하더랍니다. 진작 사과했어야 했는데 괜히 더 들춰내는 것 같아 말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친구 이야기를 듣고 진짜 한동안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너무 예쁜 내 마누라, 키도 크고 늘씬해서 뭘 입어도 너무 예쁜 제 집사람 입니다. 제가 아니었으면 더 좋은 남자 만나 호화롭게 떵떵거리며 살았을 사람, 결혼 한 뒤 진짜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 제 뺨을 제가 치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고생 안시키겠다고, 호강시켜주겠다고, 나만 믿으라고 큰소리 치며 데리고 온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고생만 시키고...
차라리 좋은 남자 만날 수 있게 매달리지 않는게 좋았을걸. 이런 생각 수도 없이 많이 했습니다

임신 막달까지 기어이 회사 나가고 아이는 남의 손에 맡길 수 없다고 좀 적게 쓰더라도 아이만큼은 자기가 키우겠다고 억척스럽게 산 사람이죠, 집구하느라 받은 대출금에 이것저것 나갈 돈이 많은데도 돈때문에 단 한번도 저에게 스트레스 준 적 없었습니다. 그렇게 알뜰하게 살아줘서 지금은 대출금도 다 갚았습니다.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보면 참 똑부러진 여자인데 제 앞에선 마냥 바보스럽죠 본인이 알고 있는 얘기를 해도 처음 듣는 사람마냥 "와~ 진짜?" 라며 맞장구를 쳐줍니다. 아무리 재미없는 농담을 해도 개콘 볼 때부다 더 크게 웃어주고, 장동건 원빈보다 내가 더 잘생겼다고 말도 안되지만 듣기 좋은 얘기도 아낌없이 해주죠

제가 소심한 편이라서 당당해지라고 와이프가 기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속도 깊고 성격도 좋고 예쁘기까지 한 제 와이프인데 전 참 무심한 남편이죠. 모임때 입을 옷 없다고 투정한번 안부리길래 전 입을옷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제 눈엔 뭘 입어도 예쁜 여자니까요. 가방 같은 건 생각 조차 못해봤습니다. 발이 편해야 한다며 내 운동화는 비싸게 사오면서 정작 본인 신발은 사지도 않고...

왜 미처 몰랐을까요, 왜 그런거 신경 써주지 못했을까요

아내도 여잔데 남들 다 가지고 있는거 얼마나 가지고 싶었을까요.
얼마나 창피했을까요, 얼마나 서러웠을까요

전 뭘 잘했다고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깟 가방이 뭐라고 그렇게 상처받았으면 하나 사지... 아니 사달라고라도 하지...
맘 같아선 당장 백화점 가서 카드로 가방 하나 사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집사람이 부담할테니 돈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용돈을 받아서 쓰는 처지라 비자금 만들긴 어렵고 일단 담배부터 끊었죠. 그리고 주말엔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한번은 집사람이 아르바이트 한다면서 돈 어디있냐고 웃으며 묻길래, 사고친 게 있어서 좀 메꿔야 한다고 하니깐 그 뒤로 묻지도 않았습니다. 저 같으면 의심할 만도 할텐데 말이죠.

그리고 저번주에 드디어 가방 살 돈을 다 모았습니다.
참 들뜨더라구요
여기저기 인터넷 검색도 해서 브랜드들은 대충 알고 갔습니다.

참 한심한게 여지껏 살면서 집사람 취향도 몰랐다는 거지요. 이건 얼마에요, 저건 얼마에요 묻기도 챙피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200만원대 가방 하나 산다고 해서 조언을 받아 사왔습니다.
누구에간 하룻밤 술 값일지도 모를 200만원 이지만, 전 몇 달을 저의 주말과 맞바꾼 200만원이니까 고작 200만원짜리 가방 샀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ㅠㅠ 상처받습니다

그날 저녁 집사람에게 가방을 줬는데 전 제 와이프 눈이 그렇게 큰 줄 처음 알았습니다. 진짜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그렇게 아이처럼 좋아하는 집사람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집사람이 묻더군요, 돈 어디서 났냐고 ㅎㅎ 그래서 그동안 아르바이트 한 거랑 담배 끊은 이야기 하니까 펑펑 울었어요. 고맙다고... 고맙다고...

고마운 건 난데, 미안한 것도 난데... 무엇보다 담배 끊어서 너무 좋다고 방방 뛰네요, 가방도 생기고 담배도 끊고 이러면서요 ㅎㅎ

그리고 그날 저녁 잠자리에 들면서, 집사람에게 살아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집사람은 저렇게 예쁜 아들 딸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네요 ㅎㅎ

그리고 옷도 한 벌 사자고 했더니 옷은 필요 없답니다. 그래서 제가 좋은 가방 들고 옷이 이상하면 가방도 짝충으로 본다고 옷 한벌 사자고 했죠. 그러니 집사람이 "가방이 좋아서 뭘 입어도 메이커 같을거야" 하고 받아치네요, 정말 긍정저긴 사람이죠.

그래도 옷 한벌은 꼭 해주고 싶어서 잔소리좀 그만하고 한 벌 사자 했더니, 씨익 웃으면서 정 그러면 나 이거 사주라 하면서 컴퓨터 앞으로 가네요. 그리고 사이트를 열더니 원피스 하나를 보여주더라고요. 얼마나 자주 들어갔는지 망설임도 없이 한번에 클릭 클릭

가격은 5만 6천원... 저거 하나 사기가 어려워서 그렇게 들락날락거리며 쳐다만 봤을 집사람을 보니 또 마음이 짠하더라구요...후...

저게 예뻐? 하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는 집사람. 그래서 인터넷으로 원피스 하나 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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